티몬·위메프 모기업 '큐텐' 자회사 재무기능 박탈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7-30 1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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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마케팅·영업 목표 달성 강요…내부 공론화도 어려워져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쥐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계열사의 재무관리 기능을 박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리한 영업·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빚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은 지난해 4월 티몬의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한 뒤 같은 해 6월 개발·재무 기능을 흡수했다. 앞서 2022년 9월 주식 교환 형태로 티몬을 인수·합병을 한 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핵심 기능을 모두 갖고 간 것이다.

작년 5월 인수한 위메프의 경우 인수합병 즉시 개발과 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했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는 영업본부만 정상 기능을 수행하며 가혹한 판매 경쟁에 내몰렸다. 매월 큐텐이 판매 건수 목표량을 제시하고 티몬과 위메프는 이 목표량을 맞추는 데 매진했던 것이다.


목표량 충족 여부에 따라 각 조직의 인사고과가 매겨졌고 성과급이 책정되면서 무리한 판촉 마케팅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의 손실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티몬과 위메프에는 이런 비정상적인 판촉 활동을 막을 수 있는 조직이나 관리 체계가 없었다. 큐텐이 두 기업의 재무 기능을 가져가면서, 임직원들은 자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는 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 내부적으로도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모회사의 압박에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다.

큐텐의 티몬·위메프 인수합병과 재무·개발 기능 박탈, 무리한 판매 건수 늘리기 등 일련의 과정이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건수가 늘어날수록 물류를 맡은 큐익스프레스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로, 두 플랫폼을 상장을 위한 매출 키우기 수단으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미정산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가 모회사인 큐텐, 그리고 그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구영배 대표와 함께 도매금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그동안 흘러온 과정을 보면 두 플랫폼과 임직원들도 일종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오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두 회사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기업회생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 통상 이 절차는 1주일가량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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