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한달에 수 백만원”…간병의 현실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5 12: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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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적 의료비지원 시행…비급여인 간병비는 100% 본인 부담
"돌봄은 더 이상 개인·가족문제 아닌 사회 전체 문제"
선택·선별 모두 융합한 광주 돌봄 사례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전국 지자체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거나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노년층들이 '존엄하게' 간병 받기에는 사회적으로 부실한 현실이다. 부족한 지원으로 치매 등 노인성질환 가족에 대한 간병인들의 고통에 사회는 여전히 귀를 활짝 열어 두고 있지 않다.

◆ 간병비 소외된 현행 '재난적의료비 제도'

높은 간병비는 많은 가족들이 '간병살인'이라는 안타까운 선택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간병인을 고용하자니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고용하지 않고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면 당장 생업이 막막해지는 진퇴양난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는 생업을 포기한 채 직장에 장기 휴무를 내거나 아예 직장에서 나오는 '간병 실업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재난적으로 많은 진료비가 나온 비급여 항목에 대해 최대 5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재난적의료비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간병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같은 맹점은 폭발적인 병원비 상승의 주된 원인이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간병비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하루 7~9만원 선이었던 간병비가 최근에는 12~15만원까지 급증했다. 단순 계산상으로 간병인을 한달 간 고용하면 간병비만 400만원이 넘어가는 것으로 나온다. 법적으로 제시된 한달 최저 임금의 두 배 수준인 셈이다.

◆수 백만원 나가는 간병비, 가족들은 '간병 실업' 이르러

치매 등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이런 병원비 문제는 더 크게 다가온다. 치매요양병원에서 처방된 약값과 치료가격은 20%만 본인부담이지만, 간병비는 비급여항목으로 100% 본인 부담이다.

실제로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 중인 90대 김모씨는 오랜 기간 중증 치매를 앓아왔고, 올해 요양원에 입소했다. 김씨의 보호자들은 간병비 등 명목으로 자식들이 매달 약 15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 김씨의 보호자는 "형제가 많은 편이어서 부담이 좀 덜한 편이지만, 형제가 적거나 하면 부담비가 정말 클 것"이라고 했다.

기약없이 간병해야하는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은 '간병에 대한 부담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61.2%)고 답했다.

◆간병 살인 이후 3년, 바뀐 것은

지난 2월 '내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노후를 보내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초로 '돌봄'이 명시된 이 법은 12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오는 2026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북 의성이 시범운영에 나서는 가운데, 정작 '간병 살인'이 일어난 수성구는 물론 대구시내 다른 지자체는 시범운영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영케어(노인 등 가족을 간병하는 청년)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복지 서비스가 분절화돼 있어 통합 행정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평가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에서 실마리를

광주시가 지난해 4월 출범한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는 광주 이외 지자체의 수범사례로 꼽힌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서비스는 신청주의와 선별주의를 모두 통합한 체계로, 돌봄이 필요할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이 아니라 이웃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돌봄콜', 신청하지 않아도 찾아가 돌봄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피는 '의무방문' 등을 핵심으로 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시행 후 1년 동안 1만5276명에게 2만8천건의 맞춤 돌봄을 지원했다. 시행 2년차인 현재는 거동이 가능한 경우에는 이웃과 소통을 하고 서로 안부를 전하는 등 '관계 회복'을 통한 '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2026년 전국시행 예정인 돌봄통합지원법의 모태가 된 '광주다움 통합돌봄'서비스는 현재 다양한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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