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만 해도 빠듯한데…방학 새벽마다 도시락 싸는 워킹맘·대디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8 14: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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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방학 중 돌봄교실 85.5% 도시락 지참
신청 인원 적거나 배식 가능한 도시락 업체 없는 탓
"출근 전 1~2시간 일찍 일어나"… 학부모 피로감 호소
지난달 2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신풍초등학교에서 열린 방학식에서 3학년 5반 학생들이 방학 생활 안내문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방학 중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의 '점심 도시락' 고민(매일신문 2023년 7월 30일 보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여건이나 비용 부담 탓에 손수 도시락을 싸야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시내 9개 구·군 초등학교 234곳 중 여름방학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에게 도시락 등 외식을 제공하는 학교는 12곳(5.1%) 뿐이었다. 올해는 전체 학교 235곳 중 32곳(13.6%)으로 지난해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201(85.5%)곳은 개인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돌봄교실이 주로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학부모들은 개인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시간·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39) 씨는 "출근 전에 아이 도시락을 싸기 위해 1~2시간 일찍 일어나고 있다"며 날씨가 덥고 습하다 보니 음식이 상하지 않을지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위탁 도시락을 제공하지만 도시락 비용이 부담돼 개인 도시락을 선택하기도 한다. 현재 교육부 급식비 단가 기준으로 교육청이 책정한 돌봄교실 위탁 도시락 비용은 한 끼당 8천 원이다.

달서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는 "아이들은 성인보다 먹는 양이 적은 편인데 가격이 꽤 높아 놀랐다"며 "학교에 (도시락을) 신청하고 싶지만 자녀가 둘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냥 도시락을 싸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경우 올해부터 '여름방학 초등 돌봄교실 중식 무상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역 도시락 업체들과 계약 체결하고 지난 5일부터 돌봄교실 참여 학교 152곳, 학생 6천100여 명에게 무상으로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에서 개인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외부 도시락 비용을 따로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초 방학 중 돌봄교실 중식 무상 지원에 대해 검토했지만 1학기 늘봄학교가 시행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우려됐다"며 "그렇다고 돌봄·늘봄에 모두 중식을 제공하기에는 예산이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 중 위탁 도시락 이용이 가능하도록 학교에 공문도 보내고 적극적으로 안내했지만, 신청 인원이 적거나 거리 등의 요인으로 배식 가능한 도시락 업체가 없어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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