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소음·현수막으로 둘러싸인 달서구청…애꿎은 주민 피해 계속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12 13: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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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앞 집회 몰리며 소음 민원 월평균 20여 건
주민들 "이사 가야할 판", 구청 "손 쓸 방법 없다"
올해 1월부터 달서구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의 모습.


지난 1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달서구청 앞은 귀가 째질듯한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구청을 기준으로 서편 인도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달서구지부 소속 노조원 600여명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었고, 동편 인도에서는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가 음향시설을 이용해 노래를 크게 틀고 달서구청 등을 비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들 사이에서는 도원동 실외골프연습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2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다.

달서구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는 달서구청이 각종 시위의 현장으로 전락하자 인근 주민들이 소음 등으로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 주요 간부 공무원들의 무관심 속에 민원을 담당하는 저연차 공무원과 인근 주민들에게만 피해가 가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은 구청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9일 오전에도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는 여느 아침처럼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시위를 이어갔다. 달서구청 주변으로는 대책위와 이들을 비판하는 전공노가 내건 현수막 20여점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주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달서구청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 중인 양모(51) 씨는 "몇 달째 시위 소음에 시달리는지 모르겠다. 집에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어 이사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하다"며 "구청과 경찰에 민원을 제기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주민들 사이에선 '구청장이 3선인 탓에 이를 해결하지 않고 그냥 놔두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 정모(47) 씨는 "창문을 열어두는 계절에는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시위 소음이 들려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구청 주변으로 현수막이 죄다 달려있다 보니 미관상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달서구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달서구청 앞에 신고된 집회는 모두 5건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진행된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관련 집회를 시작으로 도원동실외골프연습장 관련 집회 2건과 전공노 집회, 지역연대노조 집회 등이 주를 이뤘다.

이 중에서도 주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건 '죽전3구역재건축조합 정상화 대책위원회' 집회다. 이들이 일과시간 대부분 앰프를 이용해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탓에 경찰에 접수되는 민원만 월평균 20여건에 달한다. 집회 소음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70㏈(데시벨)이 넘어야 규제가 가능하다.

구청 측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향후 주민 피해는 계속될 전망이다.

달서구청 총무과 관계자는 "집회와 관련된 부서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은 없다"며 "전공노 집회 역시 노조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어 우리가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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