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객 급감, 심각한 경영난 겪는 골프장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12 14: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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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탓도 있지만 실물경기 불황이 더 큰 이유
대구경북 대부분의 골프장, 내장객 30% 안팎 급감
양극화 되는 골프장, 회원권 골프장이 덜 타격받아
올 여름 혹서기에 대구경북의 골프장마저 내장객 급감으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골프존카운티 청통 전경. 매일신문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골프장들이 올 여름 내장객 급감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물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탓이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가장 대중적인 골프장인 골프존카운티 청통 한 관계자는 "올 여름 내장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는 줄었다"며 "해마다 혹서기에는 매출이 줄어들지만 올해가 유독 심하다"고 털어놨다.

실물경기로 인한 수요 감소는 가정마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비싼 비용을 지불해가며 골프장을 갈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한 가정의 가장이나 주부의 입장에서도 살림살이가 빠듯해져 외식비나 문화비(여행, 공연, 영화 등) 심지어 교육비(자녀들 학원비)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시점에 골프는 사치처럼 여겨진다.

그린피 4만5천에 티스캐너에 올라온 칠곡 아이위시CC.


◆그린피 4만5천에도 골프장 '텅텅'

지난주 금요일 지인 3명과 함께 폭염에도 불구하고, 싼 맛에 경북 왜관에 위치한 칠곡 아이위시CC를 찾았다. 그린피는 4만5천원으로 카트비를 포함해 1인당 6만7천500원을 결재했다. 그린피 대폭 할인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내장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반 9홀을 치고 식당으로 가니, 4,5팀 만이 간단한 음식을 주문해 먹고 있었다. 우리 팀을 담당한 남자 캐디는 "캐디 생활만 15년을 했는데, 올 여름처럼 손님들이 없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폭염보다는 경기 탓이 큰 것 같다. 이제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요 급감으로 골프장 갑질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어떻게든 손님 지갑을 털려고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금이 서비스가 더 좋다. 아이위시CC는 전반 9홀 라운딩 도중에 그늘집에는 대형 냉장고에 수십 가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준비해놓고, 1인당 1개씩 무료로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해놨다.

◆양극화 되는 골프장 '부익부 빈익빈'

장기화된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의 회원제 고급 골프장은 여전히 부킹이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내장객 감소가 덜한 탓이다. 때문에 여전히 그린피 할인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중산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급 퍼플릭 골프장마저 내장객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골프장 부킹도 이제 쉬워졌다. 영천이나, 청도, 군위, 고령 등 이제는 3,4일 전에도 아침 티가 남아돌 정도다. 한 골프 동호인은 "보기 플레이어 지인 3명과 번개 라운딩을 하려고, 청도에 알아봤는데 남는 티가 넘쳐났다"며 "이제 부킹 걱정하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고 반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경기가 지속되자, 골프를 치는 수요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웃돈을 주고 부킹을 할 정도로 골프장의 갑질이 횡행했다"며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때 좀 손님들한테 잘 하지'라는 반발심도 든다"고 속내를 고백하고 있다.

이현균 골프장 회원권 애널리스트는 "장기 불황으로 인해 골프장의 갑질 시대는 가고, 이제 손님이 왕인 시대가 오고 있다"며 "골프 회원권도 이제 예전처럼 좋은 투자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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