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로 사망케한 중대장, 훈련병들 "쓰러져도 욕했다" 증언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9 11: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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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대위)이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으로 숨진 훈련병과 함께 신병교육대에서 훈련을 받았던 훈련병들이 27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후 상황을 증언했다. 이들은 군기훈련의 강도가 높았다고 진술하면서 동시에 사건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자신들이 실시한 군기훈련과 훈련병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으며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훈련병 사망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이날 중대장 강모(27·대위) 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 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숨진 훈련병과 함께 있었던 학대 피해 훈련병 4명을 대상으로 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증인들은 법정에서 군기훈련 전후 생활관과 연병장 등에서 있었단 상황에 대해 진술했다.


증인들은 남 씨가 생활관에 야구 배트를 가지고 들어와 군기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튿날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채 조교들의 지시에 따라 모포와 야전삽, 수통을 비롯해 책 40여권으로 군장을 결속했다고 했다.

또 증인들은 박 훈련병이 쓰러진 뒤에도 강 씨가 욕설하거나 "일어나라"고 소리쳤고, 이후 박 훈련병이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사태가 악화됐다고 증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A씨는 "군기 교육을 받는 게 당연히 해야 하는 건 줄 알고 했다. 마지막에 구급 처치 등을 빨리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기상 조건·훈련방식·진행 경과·신체 조건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질문을 통해 피고인들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을 실시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강 씨 측은 완전군장 결속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 씨 측은 연병장 2바퀴 걷기 외에 군기훈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 씨와 남 씨 등 두 사람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하지 않음으로써 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세 번째 공판을 열고, 이날 출석하지 못한 나머지 학대 피해 훈련병 1명과 참고인들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박 훈련병 유족은 "부대에서 아들이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을 때 '오실 필요는 없다'는 답변을 들어 후속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 첫날부터 거짓말이고 은폐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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