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中인신매매 탈북여성·아동 500명 넘게 구출한 의미 퇴색 막고자 항소"

구연주 기자 / 기사승인 : 2024-09-09 16: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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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동포 구출 위해 28억원 모금→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지성호 함경북도지사 벌금 2천만원 선고받아
"법원,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 선고…매우 이례적인 일"
지성호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전 21대 국회의원). 연합뉴스


탈북민 출신 지성호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전 21대 국회의원)가 중국 등지 북한 동포 구출을 위해 28억여원의 후원금을 모았으나 이게 관할 기관 등록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최근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 탈북민 구출 의미의 퇴색을 막기 위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마은혁 판사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성호 지사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지성호 지사는 지난 2010~2020년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를 맡아 탈북민 구출 활동을 했고, 이 과정에서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런데 등록청에 등록하지 않은 채 2018년 968회에 걸쳐 3억3천여만원의 기부금을 받는 등 2020년까지 3년 동안 28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기부금품법에서는 1천만원 이상 기부 금품을 모금시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 10억원을 초과할 경우는 행정안전부에 등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성호 함북지사는 8일 오전 6시 57분쯤 페이스북에 올려 "제가 설립하고 활동했던 단체인 비영리민간단체 나우는 2010년부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의 후원을 받아 500명이 넘는 탈북 동포들, 특히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탈북 여성들을 구출해 왔다"면서 "설립 초기에는 관련 법규를 잘 몰라 기부금 모금을 신고하지 않은 채 구출활동을 했고, 활동 규모가 커지고 조직을 갖춘 이후부터는 모든 모금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고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후로는 단체의 웹사이트에 단돈 100원을 쓴 내역도 모두 공지 하고 있다. 세무사를 통해 매달 지출 내역의 투명성을, 회계사를 통해 매년 회계법인 감사도 받고 있다. 단체 활동에 필요한 실비를 제외한 모든 예산은 탈북여성·아동 구출과 정착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홈페이지의 탈북민 구출 소식을 전하는 게시판


지성호 지사는 자신이 검찰에 고발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제가 단체 대표직을 내려놓고 국회의원으로 일하게 된 2020년 5월,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네, 공교롭게도 김정은이 '대한민국 것'들과 통일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직후 자진해산하고 이름을 바꾼 바로 그 단체)는 저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면서 "북한에 두고 온 형제자매들을 구하는 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이후 단 한푼의 돈도 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쓴 적이 없었기에 저는 당당했다. 하지만 활동 초기에는 법률적 지식의 부족으로 관계 기관에 모금 활동을 등록하지 않는 선의의 실수를 한 것을 인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벌금 500만원 구형을 4배 수준으로 키운 법원 선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검찰은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하고 벌금 500만원으로 약식기소를 했고, 담당 변호사도 그 정도의 판결을 예상했다"며 "그런데 서부지방법원 마은혁 판사는 저를 정식재판으로 넘기면서 검사의 구형보다 훨씬 더 무거운 2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검사가 약식기소한 것을 판사가 정식재판으로 바꾸고,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성호 지사는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41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그 중 1억원을 횡령한 등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윤미향 전 의원도 1심에서 기부금품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고,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받아 저보다 적은 1천5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고 이번 판결과 대비시키기도 했다.

글 말미에서 지성호 지사는 "법원의 판결은 존중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동포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한 활동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는 항소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이어 "항소심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예단 할 수는 없지만 최종적으로 유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훗날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고 북한이 해방됐을 때 새롭게 열리는 역사의 법정에서 북한 동포들은 저에게 무죄를 선고할 것을 확신한다"면서 "그날이 올 때까지 저는 북한 해방과 한반도 자유통일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성호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전 21대 국회의원) 페이스북


1982년 함북 회령시 태생으로 올해 나이 42세 지성호 지사는 먹거리를 찾아 떠도는 북한 어린이를 가리키는 '꽃제비' 출신이다. 1995~1999년 북한 대기근 때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왼손과 왼쪽 다리가 절단되기도 했다. 2006년 탈북해 대한민국으로 와 동국대 법대 학사와 석사를 거쳤다. 이어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금은 차관급인 이북5도위 함북지사를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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