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기차 배터리, 아무 것도 모르다니 말도 안된다”

연이은 화재에 '포비아' 확산…"소비자 알 권리 보장해야"
유럽·미국·중국은 정보 공개…한국은 제조업체만 확인 가능
내년 '안전성 인증제' 도입해도 소비자가 직접 알기는 어려워
구연주 기자 2024-08-09 12:21:09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거나 관련 방침을 수립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는 탑재 배터리 브랜드조차 파악할 수 없어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배터리법에 따라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全)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배터리 정보는 배터리팩에 부착된 라벨이나 QR코드를 통해 공개한다. 소비자는 홈페이지에서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가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2026년부터 ACC(Advanced Clean Car)Ⅱ 규정의 '배터리 라벨링' 항목을 통해 제조사와 구성 물질, 전압, 용량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EVMAM-TBRAT)을 구축하는 등 이미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전기차 제조사 외에는 배터리 제조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현재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 차량의 크기와 무게, 최대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은 안내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나 제품명 등 상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를 통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배터리 정보를 알기는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정부는 오는 13일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고 배터리 정보 공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도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는 데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하는 시점에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 정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안전과 직결되는 배터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식사를 할 때도 원산지를 확인하는데 값비싼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단순히 제조 이력만 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전주기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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