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자의 사진을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음란물이 무차별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최근 한 대학에서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에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전국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화된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등에 '피해 학교 명단'으로 올라 있는 곳만 100곳이 넘는다고 한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이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점점 더 일상으로 파고드는 모양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297건 접수됐다. 관련 범죄 신고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그간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올해 들어 더 늘어나며 확산하는 셈이다.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가 131명(73.6%)을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피해자의 SNS 사진과 타인의 신체 사진을 합성해 다른 SNS에 게시된 뒤 지인을 통해 전달받은 경우, 친구한테만 보낸 자기 신체 사진이 불법 사이트에 게시된 경우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등장한다. 가해자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저장해 범행에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이같은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텔레그램은 개인 통신비밀 보호 등 뛰어난 보안성이 특징이다. 이런 보안성 때문에 유해 콘텐츠 확산과 익명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빚는 대목이다.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가 지난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밀매, 성착취, 테러 등 범죄의 확산을 방치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에선 플랫폼을 통한 범죄 행각에 대한 강력한 규제 수단이 강구돼 왔고, 지난해부터는 디지털 플랫폼에 불법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는 의무가 부과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불법 콘텐츠 제작·유포·관리 과정 전반에 걸친 범죄 실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선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양형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위해 관련 법규의 제·개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물의를 빚은 '서울대 n번방' 사건 등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범죄 행각이 이뤄졌다. 텔레그램은 국내 수사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할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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