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과 무리한 사업 확장이 사태 키웠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과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산주기는 최대 두 달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판매대금을 60일 뒤에 지급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대출 상품을 사용해야 했다. 금융당국이 정산 방식만이 아닌 정산 주기에 대해서도 손을 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주기는 최대 두 달이 넘는다.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쿠팡 30∼60일 ▷SSG 10∼40일로 파악된 가운데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위메프는 37일에서 최대 67일에 달했다.
긴 정산주기의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뒤에도 정산을 받기 전 자금난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서 6%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며 선정산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으며 '보릿고개'를 버티는 동안 반대로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대금을 본인들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허점'이 발생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판매대금 관리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대기업 유통사들은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판매대금 정산이 명시돼 있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과 관련한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대금 수백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 이자를 챙기더라도 판매자들은 대금정산일까지 기다리며 대출을 받아야 했다.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에도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도 두 달에 달하는 지연 정산 주기와 규제 사각지대라는 점 때문이다.
이커머스를 통해 의류를 판매하는 김모씨는 "한달 동안 열심히 팔아서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더라도 판매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수익이 0원인 셈이다"라며 "이번 티몬 사태를 보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서 정산 주기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커머스 업계 재편 신호탄 되나
경쟁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재무 건정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천386억원, 위메프는 -2천39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의 외부 감사인은 나란히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감사 의견을 냈다.
위메프는 상대적으로 지급 여력이 좋은 편에 속했으나 티몬 입점 판매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자금 경색이 현실화됐다. 두 기업은 '판매대금 돌려막기'로 정산일을 맞춰왔는데 거래 규모가 큰 중대형 판매자가 이탈하자 시스템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이커머스 업계 기업 대다수는 재무 건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 11번가, 컬리 등은 최근 수년간 매년 1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신세계그룹 계열인 G마켓도 2022∼2023년 누적 1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판매자와 고객 모두 대기업 등 안전한 플랫폼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큐텐은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를 잃은 이상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7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큐텐그룹 총거래액(GMV)은 경쟁 오픈마켓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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