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가 보여준 이커머스의 횡포

대금 정산 60일 뒤, 소상공인은 6% 대출로 버텨
구연주 기자 2024-07-29 13:49:11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자들을 상대로 한 횡포가 그대로 드러났다.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판매대금을 60일 뒤에 지급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대출 상품을 사용해야 했다. 규제를 손봐야 할 금융당국도 사태가 터지고나서야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를 꺼냈지만 정산 방식만이 아닌 정산 주기에 대해도 손봐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주기는 최대 두 달이 넘는 등 제각각으로 나타났다.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쿠팡 30∼60일 ▷SSG 10∼40일로 파악된 가운데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위메프는 37일에서 최대 67일에 달했다.

긴 정산주기의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뒤에도 정산을 받기 자금난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서 6%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며 선정산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이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3개 은행은 지난해 총 1조2천300억원의 선정산 대출을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에 지급했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으며 '보릿고개'를 버티는 동안 반대로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대금을 본인들이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허점'이 발생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판매대금 관리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대기업 유통사들은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판매대금 정산이 명시돼 있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과 관련한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이 판매대금 수백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어 이자를 챙기더라도 판매자들은 대금정산일까지 기다리며 대출을 받아야 했다.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에도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도 두달에 달하는 지연 정산 주기와 규제 사각지대라는 점 때문이다.

이커머스를 통해 의류를 판매하는 김모씨는 "한달 동안 열심히 팔아서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더라도 판매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수익이 0원인 셈이다"라며 "이번 티몬 사태를 보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서 정산 주기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권과 함께 피해업체 대책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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