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여전히 밝지 않다.
인공지능(AI) 분야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 새 수장은 조직문화 개선 카드를 꺼내 들었고, 25일간 총파업을 끝낸 노조는 현업에 복귀는 하지만 장기적인 투쟁은 이어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 어닝 서프라이즈의 이면
삼성정자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의 실적 개선으로 202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6조4천500억원을 기록했다. HBM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DDR5와 고용량 SSD 제품의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DS 부문 매출(28조5천600억원)이 TSMC의 매출(6천735억1천만 대만달러·약 28조5천억원)을 근소하게 추월하며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타이틀을 되찾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차세대 HBM 공급 일정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HBM3E 8단 제품 양산을 3분기 중 시작하고 12단 제품 역시 일정에 맞춰 하반기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반기 HBM 매출 비중이 상반기 대비 3.5배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인 신호에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실적 발표 다음 날인 1일 사내 게시판에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최근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한 일부 기업들이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AI 거품론'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규제 강화 움직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노조 리스크도 여전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까지 낳았던 '노조 리스크'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총파업에 돌입했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사측과의 '끝장 교섭' 결렬 이후 현업에 복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임금 교섭 타결에 따른 파업 종료가 아니라 '장기전' 돌입을 위한 일종의 '일보 후퇴'로 해석할 수 있다.
전삼노는 총파업 25일 차인 지난 1일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현업 복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의 임금 손실과 대표교섭 지위 종료 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인 셈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일단 노조의 현업 복귀로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전삼노가 정치권,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 게릴라식 부분 파업 가능성 등을 예고한 만큼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파업에도 고객 물량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노조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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