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글로벌 주가가 폭락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도한 투자도 수익성 악화와 맞물리며 경기 불황을 부추겼으며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중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골디락스'(물가 안정 속 성장이 지속되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 경제를 응원하던 입장에서 불황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미국 실업률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4.3%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과 12개월 중 최저치와의 차이를 분석해 도출하는 '샴의 지표'는 0.53%포인트(p)가 됐다. 샴의 지표는 시장에서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로 활용되는데 0.5%p 이상일 경우 경기침체 단계로 여긴다.
이전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경기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번 주가 급락은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번져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위기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각종 지표를 보고서 뒤늦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통화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금리를 일찍 인하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결정 오류와 함께 AI에 대한 과도한 투자 역시 미국 증시를 하락시키고 전 세계 증시에 대한 충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실망감이 더해져 주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말부터 미국의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7개사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M7)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이후 증권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됐다. M7 가운데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엔비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9%(현지시간 3일 기준)나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AI 서비스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소폭 개선되거나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지만 AI 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상승을 주도한 빅테크 기업의 부진으로 시장에서는 'AI 회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AI 분야에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매 심리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다 실제 펀더멘탈(기본 가치)이 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순식간에 거품이 꺼지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AI 랠리 최상단에 있던 기업들의 행보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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