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 "수도권-비수도권, 부동산 정책 이원화 강력 촉구"

미분양 1년 4개월 만에 증가…주택 침체→경제 위축 작용
6월 말 기준 9738가구…준공 후 미분양 1635가구
정부 정책 수도권 상황 우선…지역 실정에 맞는 대책 절실
市, 전문가 자문회의 정례화…시장 안정화 모든 역량 집중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신규 주택사업 중단은 당분간 유지
구연주 기자 2024-08-07 12:14:22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만난 허주영 도시주택국장은 "지역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에 세제 혜택과 DSR 완화 등 비수도권 중심의 수요촉진 정책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구 미분양 아파트가 1년 4개월 만에 다시 증가하면서 대구시의 미분양 대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지역 미분양 주택 수는 9천738가구로 전월(9천533가구)보다 205가구 증가했다. 대구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2월 1만3천987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천635가구로 전월(1천506가구)보다 129가구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올해 4월까지 늘다가 5월에 반짝 감소세를 보였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역 미분양 주택수가 장기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대구시는 지난 6월 미분양 대책을 마련하고 최근 전문가 자문회의도 정례화했다. 미분양 해소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을 만나 지역 경제를 위협하는 미분양 주택 관리 방안을 짚었다.

-미분양 주택수가 16개월 만에 다시 늘었다. 대구시가 미분양 대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계기가 궁금하다.

▶대구시는 지난해 1월 30일 신규 주택건설사업 승인 전면 보류라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대책을 추진했다. 지난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으나 최근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하반기에도 3천 가구 규모의 신규 분양 물량이 예정됐다. 미분양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소비 심리 하락으로 거래량도 살아나지 못하고 매매가격도 36주째 연속 하락되는 등 지역 주택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업체의 경영 위기와 함께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현재 부동산 시장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이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도 궁금하다.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수도권의 수요·공급이 억제되자 건설사들이 비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했다. 당시는 저금리 기조, 풍부한 자금 유동성, 투자자본 유입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금리가 오르고 공사비가 급증하며 분양가 상승, 대출 규제, 공급 과잉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공급 관리와 함께 금융·세제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권한이 중앙정부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주택·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재 비수도권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책은 미흡하다.

특히 올해 주택 시장은 수도권,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지역 실정에 맞는 맟춤형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시는 수도권‧비수도권 이원화 정책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미분양 물량을 가진 건설사를 상대로도 후분양, 임대전환 등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며 주택 소비 심리가 회복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출 규제 완화 등 앞서 제시한 일부 해법들은 지자체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 보인다. 비수도권 맞춤형 부동산 대책이 나올 여지가 있나?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국면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은 공급 부족으로 거래량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 정책은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확대와 신속 공급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전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방소멸, 인구 감소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비수도권에 맞는 주택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광고, 분양, 인테리어, 설계 등 분양 관련 후방 산업도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형건설사는 협력업체로 등록된 광고, 분양, 설계업체에 하도급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건설업의 경우 토목, 철근 콘크리트 공사 등 초기 공정은 경쟁력이 있으나 금속창호, 실내건축 등 인테리어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호도에서 뒤처지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시는 하도급 전담 TF를 운영하며 실태 점검,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하도급 수주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신규 현장이 증가하면 많은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주택사업승인이 중단된 지 1년 6개월째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특단의 조치이긴 하지만 과거에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강력한 공급 제한 조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장기간 유지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여전히 많은 수준이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상당하다. 미분양 발생 원인은 저금리, 유동성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 주택시장의 경우 공급 과잉의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주택사업승인 보류 조치는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향후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물량을 탄력적으로 관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역에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 실수요층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경제활동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6.2%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사, 가구, 가전 등 파생되는 사업도 많고 시멘트, 콘크리트 등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계의 위험이 커지게 되면 전체적인 일자리·소득 감소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분양 주택은 경기를 위축시키고 금융기관 부실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지역경제 위축, 실물경제 회복 지연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만난 허주영 도시주택국장. 매일신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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