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예방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열 폭주' 현상에 대응하는 기술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기차 화재 예방 및 진압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배터리 제조사도 안전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초기 진압 소방용품 주목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화재 발생시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닌다. 특히 배터리에 불이 붙을 경우 내부에 수많은 셀(Cell·배터리 구성 기본 단위)로 번지며 재점화가 이뤄지면서 진화 작업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에도 경비원과 주민들이 초기 진화에 나섰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소당당국은 전기차 화재 전용 장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련 업계는 전기차 화재를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량은 '리튬 배터리 초기 진화용 소화용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초기에 열을 감소시켜 화재를 진압하는 'LIQUID ONE' 소화액을 활용해 2차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해당 소화액은 활성산소 연쇄 반응을 억제하고 연소가스 중화 작용을 통해 유독가스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소방관이 현장에 진입할 때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차량을 감싸는 방식으로 화재 확산을 막는 소화포도 주목할 만하다. 유리섬유로 제작한 일반 소화포와 달리 친환경 무독성 방염 처리를 통해 1천℃ 이상 고온에서 견딜 수 있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로 인해 열 폭주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산소 및 가연성 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소화포를 사용해 유독가스 배출을 막아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화재에서 유용하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차원에서 초기 진화용 장비 보급을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근 큰 피해를 입은 인천시의 경우 시의회가 차량용 질식소화 덮개 구입비를 별도로 편성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경북도는 지난 4일 전기차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한 '경상북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태량 관계자는 "매년 전기차 보급 확대와 전기차 화재도 덩달아 늘고 있다. '리튬배터리 초기 진화용 소화용품'은 신속한 화재 예방에 적합한 제품으로 충전소 등에 비치했을 때 대형 사고를 막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 K배터리사 안전성 확보 총력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화재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고도의 열 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열 관리 띠를 사용하고 있고 원통형 배터리에는 전류차단장치(CID)를 도입해 과열이나 열 폭주 증상이 감지되면 전류를 차단한다. 이 외에도 실리콘이나 우레탄 계열의 방열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에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열리는 가스 배출 장치를 고안해냈다. 한 방향으로 가스를 배출해 배터리 전체가 불에 타는 대형 화재를 방지한다. 또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폴딩'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상용화를 준비 중인 셀투팩(CTP) 배터리에도 열 전이 억제 기술 적용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인한 불안감이 높아진 만큼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는 진화 자체가 어렵고 큰 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차원에서 안전성이 높은 배터리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또 전기차 전용 구역을 설정해 전용 진화장비를 배치하고 불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설비를 구축하는 것도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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