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일에 한 번 전기차 불' 캐즘에 포비아까지 덮친 전기차

늘어나는 화재 위험에 자동차 업계 긴장
구연주 기자 2024-08-08 13:17:18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 22명과 소방관 1명 등 모두 2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40여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연합뉴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정체기에 빠진 전기차 업계가 이번에는 화재로 인한 '포비아'(공포)라는 악재를 만났다.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용자는 물론 잠재적 고객들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 등은 이번 화재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까 우려 중이다.

국내 전기차 등록수는 초기 시장에 출시됐던 2017년 대비 20배 넘게 증가했다. 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누적 대수는 60만6천610대로 조사됐다. 이는 전기차 등록수를 공식 집계한 2017년(2만5천108대) 대비 24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만큼 화재도 증가했다. 소방청 통계 기준 지난 2020년 11건에 불과했던 전기차 화재는 지난해 72건이나 발생했다. 5일에 한 번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도 6월까지 28건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EQE에서 불이 나면서 주변 차량 140대를 태웠다. 지난 6일에도 충남 금산의 한 주차장에서도 기아 전기차 EV6에 불이나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기차 화재가 끊이지 않자 '불안감'도 확산하는 추세다. 온라인 상에서 전기차 이용자들이 차량 배터리 생산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나오는 것은 물론 아파트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막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캐즘을 겪고 있는 전기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업계는 물론 배터리 회사들도 전기차 '포비아'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미 올 2분기 부진한 성적을 거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화재 주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되면서 안전 기술을 계속해서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안전 대책과 화재 진압 방법 등의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 진압용 소방 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기술 기준을 명확하고 신속하게 만들고, 기존 시설에도 소급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진화 장비를 다양화하고 특성에 맞는 장비를 개발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표준화 규정을 만들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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