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 중고거래 홈페이지에 온누리상품권 30만원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온누리상품권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할 경우 최대 10%까지 할인되지만, 판매자는 그보다 더 저렴한 26만원에 상품권을 올려뒀다. 전통시장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에겐 상품권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솔깃한 제안이다.
이미 이런 방식으로 판매 완료된 건도 여럿 있었다. 지난달 27일에 올라온 온누리상품권 30만원은 27만원에 거래됐고, 31일 게재된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16만원'글도14만원에 이미 판매가 완료된 상태라고 떴다.
정부가 전통시장과 골목형 상점가의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올해부터 온누리상품권 발행액과 1인당 구입 가능 한도가 늘린 가운데, 규정의 허점을 노리고 꼼수를 부리는 사례도 많아 부정유통 역시 확산될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사례는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부정유통은 2019년 12건(1억800만원)에서 2020년 17건(20억7천800만원), 2022년엔 121건(376억1천100만원)까지 늘었으며, 지난해에도 85건(141억3천600만원)이 확인됐다.
이른바 '상품권 깡'이라고 불리는 불법 현금 환전을 하고자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포털사이트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선 검색을 통해 '온누리상품권 무한 매입합니다', '개인 매입하는 분을 찾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ㅇㄴㄹㅅㅍㄱ' 등 초성으로 판매 글을 올려 교묘하게 단속망을 피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또 SNS에선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주류 판매점'이라고 가게를 홍보하거나 업장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떠돌았다. 판매자 입장에선 온누리상품권을 받으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데다, 소비자들 역시 온누리상품권을 이용하면 고가의 술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 외에도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할 사람을 구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불법적으로 상품권을 모은 사례가 있으며, 상인들이 가족과 지인을 이용해 온누리상품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후 내부 상인들과 알음알음 거래해 차익을 챙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수취한 온누리상품권은 환전할 수 없으며, 주류 소매업 등은 현재 온누리상품권 가맹 제한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부정유통으로 의심되는 가맹점이라도 행정 서류상으론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담당자가 현장 감독하고 있고,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상시 조사와 단속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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