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8·15 광복절 복권 여부를 놓고 여권의 당정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 복원에 힘을 쏟아온 가운데,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한 한 대표와 윤 대통령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김 전 지사 복권 이슈는 지난 8일 법무부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김 전 지사를 포함시킨 사실을 밝히면서 주말 내내 화제가 됐다.
2007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김 전 지사는 2022년 12월 사면돼 풀려났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김 전 지사 복권을 최종 결정하면, 그로서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의 길이 열린다.
국민의힘은 9일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김 전 지사가) 복권이 된다면 여야 협치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복권을 환영한다'는 비명계 입장과 '야권 분열용 아니냐'는 친명계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친문 적자인 김 전 지사 복권으로 이재명 일극 체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와 염려가 동시에 회자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10일 한동훈 대표가 당 핵심 관계자 입을 빌어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하는 입장을 언론에 전하면서 시선은 여권으로 향했다.
한 대표는 당 관계자 입을 빌어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라는 반대 이유를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 홈페이지 등에도 같은 이유로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 점을 감안할 때 당 대표로서 민심을 더 반영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자 같은날 대통령실 한 관계자가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절차는 진행 중으로, 어떤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반박 성격의 입장을 언론에서 밝혔다.
여기에 같은날 원조 친윤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대통령 사면권 행사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여당 대표로서 비공개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언론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한 대표를 겨냥하면서 상황은 여당 내부 갈등으로 비화하는 구도가 됐다.
여권에선 김 전 지사 복권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자칫 당정 갈등으로 확전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한 대표는 (사면·복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순수하게 밝힌 것으로 보이고, 이런 면모가 발언 하나하나의 정치적 파장을 먼저 고려하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이라면서도 "당정 간에 정무적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에 신뢰 복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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