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는다는 이유로 대출금리를 거듭 인상하고 있다. 대구 등지에선 부동산 시장 침체, 내수 부진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삼중고'를 겪게 된 상황이다.
◆ 시중은행, 대출금리 줄인상
1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평균 4.75%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4.89%, 가계대출 금리는 4.41%로 나왔다. 이는 최근 3년 새 2%포인트(p)가량 높아진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 평균 대출금리는 2021년 2.74%에서 2022년 3.72%, 지난해 5.10% 등으로 올랐다. 이 기간 기업대출 금리는 2.69%, 3.63%, 5.20% 등으로 치솟았고 가계대출 금리 역시 2.91%, 4.14%, 4.82% 등으로 올라섰다. 올해 대출금리 수준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작년보다 다소 내려온 상황이다.
올해 3분기부턴 다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부터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30%p 인상한다. 주담대 금리는 0.30%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도 보증기관에 관계없이 0.20%p 상향을 결정했다.
지난달 3일 주담대 금리 0.13%p 인상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 연속으로 대출금리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18일 주담대 금리 0.2%p, 지난 2일 전세자금대출 금리 0.3%p, 지난 7일 비대면 주담대 금리 0.1%p를 각각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오는 21일 주담대 금리를 0.05~0.1%p 올릴 예정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여섯 번째 상향 조정이다. 하나은행도 오는 22일 주담대 감면 금리 0.2~0.6%p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감면 금리 축소는 사실상 금리 인상을 뜻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인상한 바 있다.
◆ "산업경기 비명… 금리 낮춰야"
은행들은 이처럼 대출금리 인상을 결정한 이유로 '가계대출 불안정'을 든다. 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규모는 올해 1분기 다소 안정세를 보이다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다시 급증하는 상황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내림세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5월 3.56%, 6월 3.52%에서 지난달 3.42%로 떨어졌다.
코픽스는 국내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하면 상승하고, 인하하면 하락한다. 시장 금리와 은행 대출금리 흐름이 반대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배경으로는 최근 거래량이 뛰며 과열 조짐을 보이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지목된다. 주택경기가 침체한 비수도권에선 이자 부담만 커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보다 0.07%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26% 오른 반면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13% 하락해 온도 차가 뚜렷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는 "서울 쪽에서 주택경기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공장과 같은 상업용, 업무용 부동산 시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기준금리 등을 결정할 때 주택경기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산업경기는 고금리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위축돼 있다. 미국이 다음 달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예상보다 작은 폭으로 금리를 내리더라도 한국은행은 더 미루지 말고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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