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전당대회를 통해 등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주요 당직 인선을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고위당정협의회에 처음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25일에는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기로 하는 등 거대 야당과의 경쟁에서도 집권여당 수장으로서 최일선에 섰다.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큰 기대를 안고 대표가 됐지만 비교적 조용한 한 달을 보낸 한 대표가 앞으로 민생경제 살리기,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탄탄히 할지, 아니면 원외 대표·정치 초보라는 우려 속에 갇혀 한계를 드러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당내외 소통·당직 인선에 집중
23일 취임 한 달을 맞는 한 대표는 그간 4선 이상 중진들과 릴레이 오찬을 하고, 19일 당 상임고문단, 시도당 위원장과 회동하는 등 당내 입지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향후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회동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29~30일에는 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단합대회 성격의 연찬회에도 참석한다.
원외 대표인 만큼 당내·외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는 데 힘을 쏟으며 향후 자신이 추진 중인 각종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 대표가 제시했던 '제삼자 추천 채 상병 특검안'에 대해 당내 여론이 미온적인 상황에서 당내·외 인사들과의 소통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지난주에야 마무리된 주요 당직 인선 과정에서도 두드러졌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김상훈 의장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던 게 사실"이라며 "지난 14일에야 당의 싱크탱크인 유의동 여의도연구원장을 임명하는 등 대표 선출 뒤 20여일간은 자신의 진용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한 대표는 전기차 안전 문제, 유공자 예우 강화 등 거대 아젠다를 던지기보다 민생 현안을 주로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한 대표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 구축을 선언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한 행보를 벌이고 있는 만큼 향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정책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시험대 오른 '정치 초보' 한동훈 리더십
이러한 한 대표의 '로우키'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돼서는 곤란하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간엔 한 대표의 맞상대라 할 수 있는 민주당 당 대표가 부재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상승세를 보이고 국민의힘이 하락세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신설 방침을 밝힌 당내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정치권 입문 이후 한 대표가 줄곧 제기해왔던 구상을 현실화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위원회를 통해 교육과 문화, 지역, 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격차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그는 "새로 출발하는 우리 당은 총선 때부터 내걸었던 격차 해소를 정책의 중요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 사회 곳곳에 산재한 격차를 해소하겠다와 같은 말은 한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던 것인데 여기에는 정치적 비전이나 목표가 빠진 공허한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이제는 하나씩 선보이며 평가받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권 장악을 마무리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서 어떤 결과에 따라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 대표와의 회담에서 빈손 결과를 얻거나 들러리를 서는 데 그친다면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가 부각되는 것은 물론 채 상병 특검법 등 자신의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토론을 야당에 제안하고 이 대표와의 회담에도 앞장서는 등 한 대표는 충실히 해야할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이제 인선을 마무리했고 취임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진정한 평가는 100일 이후나 연말쯤 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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