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액수가 전국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리고 사용처도 확대하는 가운데, 부정유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오세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대구에서 가장 많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액수가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7개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시도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적발 235건 539억원 중 대구에서만 모두 25건 153억9천만원(28.6%)의 부정유통이 이뤄졌다. 이는 전국 시도 중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이다.
수도권은 적발 건수가 많았으나, 금액은 대구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 51건 66억3천만원, 경기 32건 85억9천만원, 인천 39건 32억1천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수십억원이 부정유통됐으나 100억원이 넘는 곳은 없었다. 전북 18건 58억9천만원, 세종 14건 36억1천만원, 경북 11건 24억5천만원, 전남 5건 24억2천만원, 대전 9건 22억2천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유독 부정유통이 많이 나타난 것을 두고, 전통시장 지원책을 활성화하면서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되는 상품권이 늘었고, 자연히 부정유통 금액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대구는 전통시장진흥재단을 최초로 설립하고 지역상품권 도입까지 논의하는 등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이 활발한 지자체다. 그러다보니 상품권을 받아주고 각종 지원책을 활용하는 가맹점도 많은 편이고, 돈이 많이 도는 만큼 부정유통도 많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온누리상품권은 환전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일부 가맹점은 현금으로 환전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 결국 이런 사업주들이 적체된 현금을 도매시장에 털어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며 "환전한도나 규제를 현실화시켜 지하경제에서 이뤄지는 부정유통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온누리 상품권 발행을 역대 최대인 5조5천억원 규모로 늘리고 가맹 제한 업종을 현행 40종에서 28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누리 상품권 발행 목표만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부정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하면서 "도입 취지인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라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투명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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