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절반 이상이 "향후 3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연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리는 오는 10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7명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 13차례 금리를 묶은 것으로, 한은 설립 이래 가장 긴 동결 기록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세계적인 위험회피 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외환시장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 주택가격은 하락세지만 수도권에선 거래량이 늘면서 상승세를 보였고, 가계대출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국내 물가 상승률을 두고는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조금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로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낮춰 잡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2.2%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1%, 근원물가 상승률 2.0%로 모두 기존 전망과 동일하게 제시했다.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은 6명(총재 제외) 중 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위원은 2명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의 기조 전환이 확인됐다고 평가하고, 오는 10월 금리 인하에 더해 오는 11월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함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지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2% 역성장을 기록했고, 3분기 들어서도 내수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건 통화신용정책 기구의 고유 권한이지만 최근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인 만큼 정부로서는 소비를 살려 나가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주 추석 성수품 공급 등 민생안정 대책과 소비진작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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