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굉장히 우려스러웠죠. 그런데 지금은 다행히 영향이 없어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1년을 앞둔 22일. 포항수협에서 일하는 A(58) 씨는 오염수 방류 초기 한두 달 포항 수산업계가 타격을 입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괴담이 돌았을 때 대구 상인들이 여기로 고기를 사러오지 않아 어가(魚價)가 하락하고 그랬다. 횟집에서도 썰렁한 분위기 탓에 고충을 겪었지만, 다행히 두 달쯤 되니까 분위기가 다시 돌아왔다"고 전했다.
A씨는 "전체 위판고 600억원 중 활어가 150억원 정도인데 대구 상인들이 대부분 활어를 사간다"면서 "괴담 당시 정부가 '원전 오염수 영향이 없다'고 홍보해줘 죽도어시장을 찾는 사람이 오히려 많은 적도 있었다. 이제는 괴담도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야권 발(發) 오염수 괴담 1년, 국민은 더욱 성숙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관련 검사 결과를 신속 브리핑하고 대국민 홍보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른 대응으로 괴담 확산을 차단했고, 과거 경험이 국민에게 학습효과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오염수 방류 1년, 국내 수산물 소비 어땠나
실제로 전날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수산물 매출 동향'을 보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은 지난 1월을 제외하고 매달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수부는 각 대형마트의 수산물 매출액을 지수화해 공개했다. 매출액은 지난 2022년 6월 매출액을 기준(100)으로 매출의 증감을 지수로 표현했다. 작년 8월부터 증감 지수는 모두 100을 넘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됐다는 뚜렷한 신호가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수협 수산물계통 판매통계를 보면 수산물 거래량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전국 수협의 1차 위판장에서 이뤄진 수산물 거래량은 148만2천713t(톤)을 기록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지난해 8월 시작됐지만 2022년(146만9천763t)보다 오히려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거래량이 80만6천962t으로 작년 전체 거래량의 54.4% 수준이다. 이런 소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수산물 거래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위험 인식이 옅어지면서 수입량도 올해 늘었다. 해수부 수산정보포털 국가별 수출입 현황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1만8천82t으로 오염수 방류 전인 작년 상반기(1만5천994t)보다 13.1% 증가했다. 증가율은 상반기 기준 2017년(1만8천399t) 이후 가장 높다.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2018년(1만5천688t)년부터 감소세를 보이다 2020년 1만2천42t, 2022년 1만7천837t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는 괴담 확산 차단을 위해 약 1조5천억원을 써야 했다.
◆'아니면 말고'식 선동…광우병 사회적 비용 3조7천억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발(發) 괴담으로 인한 '선동 정치'는 수차례 반복돼왔다. 문제는 던지고 보는 식의 괴담 정치가 관행처럼 반복된다는 점이다. 집권 세력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로 일종의 전략처럼 괴담을 살포하지만 피해는 국민 몫이다. 광우병 사태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체계) 전자파 등 일련의 괴담성 주장이 후쿠시마 오염까지 이어지면서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가 방류된 지 1년 정도 지났지만 민주당이 했던 말 중에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괴담 때문에 우리 수산업 어민들이 피해를 봤고 큰 재정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아니면 말고'식 거짓 선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해 사회적 혼란만 부추기면서 지출하지 않아도 됐을 비용이 새어나가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로 벌어진 시위로 발생한 피해 규모가 최대 3조7천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당시 '뇌송송 구멍탁' 등의 표현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이 광장으로 나왔고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이 급락했다.
2016년 경북 성주에 사드가 배치됐을 때는 '전자파 괴담'이 퍼져나갔다. 손혜원·표창원 등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은 당시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해 "강력한 사드 전자파 밑에서 몸이 찢어지는 것 같다"거나 "전자파에 튀겨진다"는 등 사드 전자파의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의 개사곡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환경부와 국방부가 6년 만에 마무리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사드의 전자파는 인체 보호 기준의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에서도 '괴담 선동'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당은 "핵폐수", "방사능 테러", "일본 대변인" 등 극단적인 표현으로 국민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 아니더라도 '선동 공세'는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루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의혹은 2022년 7월 19~20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약 30명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은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술자리에 있었다는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해당 내용을 언급한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첼리스트는 이 통화에서 "술자리에서 윤석열과 한동훈을 봤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첼리스트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 심리로 열린 한 대표의 손해배상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법정에서 그는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그분들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선동 몰두하는 정치권 성찰·반성해야
지난 1년 국민은 괴담을 이겨냈지만, 광우병 소동처럼 오염수 괴담 유포로 엄청난 세금이 낭비되고 때론 국론이 분열됐다. 이에 사회 각계에서 정치권을 향해 이제는 무책임한 선동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일 전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보다 이번에 후쿠시마 오염수 사안에서 국민들의 불안이 덜했던 까닭은 정부가 과학적인 데이터들을 적극적이고 재빨리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와 달리 유튜브 등 통제를 받지 않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가짜뉴스나 괴담 등의 확산이 가속화 할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정치가 양극화된 지형에서 정파적인 확증편향이 작용하면서 선동·괴담 등의 공세가 반복된다. 괴담 등 가짜뉴스가 정보의 시장에서 걸러지지 못하면 민주주의 기틀인 유권자의 기본적인 권리 등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시민사회회의도 "천성산 도롱뇽은 여전히 살아있고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례가 없으며, 사드 레이더에 나오는 전자파로 썩어나간 참외는 없다"며 "광우병 사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이어진 괴담·선동의 역사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을 속이는 정치적 목적의 괴담, 선동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