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부품 중소기업은 파산 리스크

배터리는 수많은 밸류체인…원인 규명 책임공방 과정 영세업체는 비용 감당못해
구연주 기자 2024-08-27 11:27:58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대비 합동 소방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 사고 위험에 대한 공포증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완성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물론,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거대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규모가 작은 부품사의 과실을 두고 책임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로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독일 본사 기술 인력을 대거 파견해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2차전지 기본 단위인 셀(Cell)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는 '열폭주' 현상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배터리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정부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10월 시범사업으로 도입되는 '배터리 인증제'는 안전기준 적합 여부 검사를 거쳐 자동차 배터리를 제작·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각에서는 전기차·배터리 분야 소재기업과 부품사들도 제도를 수립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화재는 외부의 큰 충격이 아니더라도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면서 배터리 내부 구조에 균열이 생기는 등 그 원인도 다양하다. 완성차·셀 제조사 협력사의 과실이 드러날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배터리 셀을 공급 받아 모듈·팩으로 제조해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도 다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위한 장비를 도입해 배터리 관리 이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이 외에도 양극재, 분리막 등 소재 업계 역시 제품 성능은 물론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국내 보급이 위축된 것도 화재 이후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영향이 크다. 전기차·배터리는 한국의 핵심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시점에 화재사고로 발목이 잡히는 것인 아닌지 우려가 높다. 특히 1차적인 책임은 완성차 업체에 있다고 해도 부품사로 책임이 넘어가게 되면 중소기업은 파산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큰 발전을 이룬다. 배터리 생산은 물론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해 판매, 실제 운행하는 전 단계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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