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포르쉐 망가져 속상"…음주로 10대 사망케 했는데 경찰은 그냥 보내줬다

구연주 기자 2024-09-04 13:27:54
지난달 27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음주 운전을 하던 포르쉐 차량이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스파크 운전자가 숨지고 동승자는 부상을 입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신임 전북경찰청장이 지난 6월 음주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의 음주 측정을 제때 하지 않은 경찰관들이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는 비판에 대해 "징계가 가볍다는 외부 시선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종문 전북경찰청장은 3일 취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총장 시절 징계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제가 별도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팀장이 현장에 가서 제대로 지휘만 했다면 (음주 측정을 제때 했을 거라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분들한테 죄송스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45분쯤 전북 전주에서 A(50) 씨가 몰던 포르쉐 차량이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B(19) 양과 그의 친구가 탄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양이 숨지고 친구가 크게 다쳤으며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제한속도 50㎞ 구간에서 159㎞로 달리다 사고를 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채혈하겠다"는 A씨 말만 듣고 그를 혼자 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A씨는 퇴원 뒤 편의점에 들러 두 차례 술을 마셨다.


A씨의 음주 측정은 2시간 15분 만에 그의 집 앞에서 이뤄졌다. 사실상 추가로 술을 마시는 '술 타기' 수법으로 정확한 음주 수치를 알 수 없게 됐다. 결국 A씨는 위드마크 공식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 0.036%라는 최소 수치만 적용받았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인 전 여의파출소 팀장에게 감봉 1개월을, 팀원 3명에게는 행정처분인 불문 경고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경징계를 받은 셈이라 '제 식구 감싸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이후 술을 마신 이유에 대해 "상대 운전자가 사망한 것은 몰랐다. 아끼던 차량이 파손돼 버리고 사고가 나니까 속상했다"는 취지로 변명했다.

아울러 A씨는 "왜 똑바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느냐. 경찰의 부실한 초동 수사 때문에 내가 술을 먹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음주 술 타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도 없고, 피고인에게 구형할 수 있는 법정형 한계가 너무나도 낮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피고인에게 구형이 그대로 선고된다 하더라도 그 처벌이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위험운전치사상(일명 윤창호법) 혐의를 적용했어야 하나,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피고인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망한 피해자 B양 이모도 "경찰의 잘못된 대응으로 피고인은 형량을 줄이려고 한다. 그 경찰관은 감봉 1개월만 받았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B양 어머니는 "저는 진짜 제 딸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지옥에라도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저는 정말 피고인을 용서할 수 없다"고 흐느꼈다.

A씨는 법정에서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며 유족을 향해 말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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