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한다"는 환자 기다리다 언성 높인 구급대원…경고 처분 취소

인천지법, 소방공무원 경고 처분 취소 판결
지난해 인천 호텔서 신고자 기다리다 언성 높여
"구급차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 지적
구연주 기자 2024-09-11 14:07:49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6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119구급차가 대기 중인 가운데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119에 신고한 뒤 샤워를 하고 나온 환자에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은 구급대원에 대한 징계가 취소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 1-2부(부장판사 김원목)는 소방공무원 A씨가 인천시장을 상대로 낸 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인천시에 경고 처분 취소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행정청이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경우 의견 제출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피고 측은 조사실에서 A씨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말로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방어권 보장을 위한 의견 진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공무원 A씨는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호텔에서 신고자 B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언성을 높여 경고 처분을 받았다. B씨는 119에 신고하며 "몸살감기로 사흘 동안 못 씼었는데 샤워할 시간을 좀 달라"고 부탁했고 소방 상황실 근무자는 "30분 뒤에 구급대가 도착하게 해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출동 지령을 받은 A씨는 B씨가 샤워하는 사이 22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고, B씨가 구급차 도착 후 6분 뒤에 객실에서 로비로 내려오자 A씨는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불쾌한 감정을 느껴 다음날 "구급대원이 불친절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인천소방본부는 감찰 조사에 착수해 같은 달 28일 A씨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당시 본부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항상 친절하고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개인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며 "불필요한 민원이 제기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고 처분에 불복해 지난 2월 행정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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