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앵커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친기업 정책을 표방한 아일랜드의 경우 다국적 기업이 몰려들면서 연간 수출액 450조원을 달성하며 경기부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까지 유럽 최빈국에 속했던 국가에서 코로나19 기간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최근 최상위권으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아일랜드에 거점을 마련한 배경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가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2002년 12.5%로 낮춘 뒤 20년 이상 같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다른 국가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한국도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관련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 OECD 평균보다 높은 한국 법인세율
한국의 법인세 부담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보다 더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간한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 비중(법인세 부담률)이 5.4%로 조사됐다.
이는 OECD가 한국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OECD 회원국 36개국 중 노르웨이(18.8%), 칠레(5.7%)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 OECD 한국대표부가 게재한 'OECD 법인세 통계 및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조세회피방지대책(BEPS) 프로젝트에 참여한 141개국의 평균 명목 법인세율은 2000년 28.1%에서 2023년 21.1%까지 7%포인트(p)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30.8%에서 26.5%로 4.3%p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국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남아메리카 국가였고, 미국·프랑스(25.8%), 중국(25%), 이스라엘(23%) 등 주요 선진국은 한국보다 세율이 더 낮았다.
◆ 유연한 법인세 적용 균형발전에도 기여
법인세 인하는 지역 불균형 발전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 권역별 차등 적용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이스라엘은 전국을 두 개 권역으로 구분해 권역별로 투자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별도로 부여했다. 아울러 법인세율을 차등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 기업의 투자가 2012년 대비 2018년 19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스위스 역시 경제적 낙후도가 높은 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낮은 법인세율을 부과했다. 2010년 이 조치를 시행한 이후 7년간 낙후지역의 생산액이 최대 26% 증가했고 인구는 13%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율 지방차등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 이전을 유도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한국은 법인세를 포함한 조세정책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실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종합 평가에서 67개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법인세 부담 경쟁력이 58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고 조세 정책 순위는 34위에 그쳤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최우선 조건"이라며 "해외직접투자는 고용창출 등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OECD 평균 혹은 그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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