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에 접어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리더십에 대한 우려가 여권 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한 대표는 최근 대통령 독대 요청 사실이나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입장 등 '민감 사안'을 물밑 조율 없이 언론 등에 먼저 공개함으로써 자중지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는 야당을 향한 공세보다 당내 문제에 더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내부 협의보다 언론플레이부터
여권 내부에선 한동훈 대표에 대해 '내부 조율 없이 언론플레이부터 한다'는 불만이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슈를 먼저 터뜨려 여론 선점을 노리는 대응법은 검사 시절 몸에 밴 습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한 대표는 '내부 갈등'이 있을 때마다 '외부'에 입장을 먼저 밝혀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지난 1월 말에는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사천 논란'과 김 여사 사과 눈높이 발언으로 당정 간 불편 조짐 얘기가 나올 때였는데, 한 대표의 느닷없는 입장 공개로 불화설이 확인된 셈이었다.
한 대표는 취임 후에도 주요 이슈 관련 공개 발언으로 당정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만찬을 앞두고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을 언론에 먼저 공개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적어도 재독대 요청은 대통령에게 직접 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여당 대표의 일탈 리더십
김건희 여사 관련해서는 최근 그 발언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고 있다. 재보궐선거 유세 중 언론과 접촉을 통해 단호하고 가감 없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9일에는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도 김 여사가 공개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에는 인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12일에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14일에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당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불만 폭증
여당 내부에선 한 대표를 향해 자중지란의 책임을 묻는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 법무부 장관으로 1년 7개월 재직하며 진작 결론을 내야 했다"며 "그때는 기소조차 못 했으면서 이제 와서 '국민의 눈높이'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13일 "국민의힘이 용산 압박, 기승전 김건희 여사 언급을 하며 야권의 선거전략을 결과적으로 돕고 있다"며 "온갖 방탄과 기승전 김 여사 공세로 정쟁만 일삼는 민주당의 행태를 더 강력히 질타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야당에게 공세 빌미를 줄 것이란 기우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쇄신 필요성을 거론한 것과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 카드로 김건희 특검을 피할 수는 없다"며 공세를 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