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간병살인자가 된 이유는…지원책 절실

이른바 '대구 간병살해청년'으로 불렸던 20대 남성이 3년간 모범수로 복역하다 지난달 30일 가석방 된 가운데 가족 간병에 지쳐 병자를 살해하는 이른바 '간병살인'을 막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 5월 초고령사회에 도달했고,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초고령사회에 도달하는만큼, 이미 반복되고 있는 이런 '간병 살인'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심부뇌내출혈 등 병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50대 아버지 B씨의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이듬해 4월부터 집에서 돌봤다. 그러나 A씨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 B씨에게 처방 약을 주지 않는 등 방치했고, 결국 숨지게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상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A씨는 모범수로 최근 가석방됐다.

벅찬 치료비 등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간병살해' 케이스는 이미 사회문제화 됐다.


지난 1월 달서구에서 80대 노부를 15년간 모신 50대 아들이 아버지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 남구 이천동에 살던 60대 A씨는 1급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들을 직장까지 그만두며 40년간 돌봤으나 끝내 숨지게 해 구속됐다.

박숙완 경상대 법학과 강사가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한 '노인 간병범죄 원인분석과 대책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간병살인으로 숨진 사람은 213명이다. 이 가운데 114명(53.5%)은 가족의 범행으로 숨을 거뒀다. 돌봄 환자를 살해한 후 극단선택으로 숨지거나, 돌봄 환자와 동반 극단선택을 시도한 간병인은 89명이나 됐다.

간병살인이라는 극단적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있다. 간병에는 높은 비용이 들지만, 치매나 퇴행성 병변 등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질병에 대해 기약없는 간병을 해야하는 현실에 고통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간병할 인력을 찾기 마땅하지 않은 경우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간병에만 집중하는 '간병 퇴사'역시 늘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회적 제도의 미비로 인해 발생한 '간병 살인'을 가해자 개인에게 오롯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