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청소년 노린 성착취 사건인데도 단순 강력범죄로 수사한 경찰"

성착취 미성년 보호시설 측 "엉터리 수사로 주범도 뒤바뀌어…수사할 생각은 있었나"
구연주 기자 2024-08-21 13:02:01
포항남부경찰서 전경. 매일신문


경찰의 엉터리 수사 때문에 다문화 청소년을 노린 또래의 성착취 사건이 단순 강력 사건이 되고, 사건 주범마저도 뒤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지난 6월 말 성인 A(19) 씨, 다문화 청소년 B(17) 양 등 모두 7명을 공갈 등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를 제외한 나머지는 B양의 또래다.

이들은 지난 6월 9일 등 2차례에 걸쳐 SNS에 B양을 미끼로 조건만남 글을 올린 뒤 성매수남이 나타나면 모텔 등 숙소로 유인해 영상이나 사진 등을 촬영하고 이를 통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은 A씨와 B양이 사건의 주범, 나머지는 공범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이들 모두 A씨와 B양이 공갈 사건을 계획해 실행하고 나머지 이들은 시키는대로 했다고 진술했으며, A씨 등도 부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범을 특정한 이유였다.

이들은 모두 재판에 회부된 상태로, B양은 대구가정법원에서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이렇게 종결될 것 같았으나 최근 B양의 보호시설이 경찰 수사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보호시설 측은 "경찰 수사 당시 B양은 또래 조건만남 조직에 의해 가스라이팅 당한 상태로, 공갈 사건 역시도 상황에 휩쓸려 가담한 것이었지만 경찰은 앞뒤 상황을 보지 않고 단순한 강력사건으로 이 사건을 치부해 처리했다"며 "수사부서도 청소년 전담 수사관이 있는 여성청소년과가 아닌 형사과에서 진행해 제대로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보호시설 측은 또 "최근 우리가 B양의 휴대전화에서 조직의 성매매 지시 증거가 될 녹취파일을 100여개나 발견했으며, 여기에 성매매는 물론 미수에 그친 공갈 사건도 다수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을 경찰이 수사 초기 발견했다면 이런 결론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양은 집안 문제로 일찌감치 쉼터 생활을 해야 하는 등 부모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커왔고, 수사를 받을 때도 보호자가 동석 조사를 거부해 위축된 상태였다"며 "자신을 챙겨주는 척 하는 이들에게 가족애를 느끼고 있던 중이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주범이 바뀌는 것도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호시설 측에 따르면 경찰 수사가 이렇게 마무리 된 뒤 B양에게 더 지옥 같은 현실이 벌어졌다.

조건만남 조직은 공갈 범행이 들통나자 범행 수법을 바꿔 B양이 실제 성매매를 하고 돈을 받도록 했다. A씨가 빠진 자리에는 다른 성인 남성을 구해 운전하도록 했다. 성매매는 지난달 중순부터 새벽에서 새벽까지 2시간 간격으로 매일같이 이뤄졌으며, 10만원대부터 70만원대까지 성행위 수위에 따라 돈을 매겼다. 이 과정에서 B양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극히 일부였고, 이 돈마저도 조직은 공동생활비로 사용해야 한다며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했다.

보호시설 측은 "이 일로 B양은 너무 괴롭고 힘들어 지난달 2일 형산강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지만, 이것도 조직이 알게 돼 시도에 그쳤다"며 "이후 B양에 대한 성매매 요구는 잠잠해졌지만 말을 듣지 않는 B양을 길들이려고 한 것인지 집단 폭행도 벌어졌다"고 했다.

집단 폭행사건은 지난달 10일 오후 9시 50분쯤 포항시 남구 송도동 한 공원에서 발생했으며, 현재 경찰은 또래 등 5~6명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성인인 점 등 공갈 사건과 관련해 수사 절차상 문제 되는 것은 없었다"며 "폭행과 관련된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철저하고 엄중하게 수사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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