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학대 혐의로 고발된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매일신문 8월 5일) A이사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암재단은 경찰수사와 별개로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정작 A이사가 속한 시민단체 관계자를 조사책임자로 삼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본지가 확인한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재단 산하 거주시설인 청구재활원에서 지적장애인 B씨를 상대로 수차례 '탈시설'을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A이사는 B씨에게 "탈시설을 반대하는 가족을 고소하라"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가족과 사이가 두터웠던 B씨는 지속적인 종용에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했다. 이에 청구재활원은 지난달 22일 장애인학대(의심) 신고의무에 따라 A이사를 장애인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행위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재단 이사가 도리어 시설 거주자에게 '탈시설'을 종용하는 것이 이해충돌방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내부 비판이 일었다. 현재 청암재단 이사회 8명 중 5명이 탈시설 및 장애인거주 시설 폐쇄를 주장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이다.
또 이들 대다수가 탈시설 장애인들이 시설을 퇴소한 뒤 입소하는 '장애인 자립생활주택'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에는 총 9개의 자립생활주택 운영기관이 있는데 그 중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이 청암재단 이사진과 관련이 깊다. 각각 단체의 대표이사거나 회장, 산하기관 관계자다. A이사를 비롯한 청암재단 이사진이 무리한 탈시설을 종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올해 대구시는 자립생활주택 운영 기관에 인건비 등 명목으로 40억 6천5백만원을 지원했다. 관련 예산은 지난 2015년 약 2억 9천4백만원이었는데 10여년 사이 20배쯤 증가했다.
고발사건과 관련 청암재단의 자체 진상조사 공정성 시비도 일었다. 청암재단이 이달 1일 공개한 '2024년 제4차 임시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재단은 이 사건과 관련 경찰 조사와 별개로 진상 규명을 하겠다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A이사에 대한 징계조치 또한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사회가 결정하기로 했다.
정작 조사 시작 단계부터 신뢰성에 의문을 표하는 내부 목소리가 제기됐다. 재단이 지난 14일 조사책임자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부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 대상인 A이사가 활동하는 '대구장차연'이 '전장연' 소속 단체라 진상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암재단 대표이사는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이사회 7명 가운데 5명이 전장연 소속이기도 하다.
청암재단 이사회의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암재단은 지난 2005년 거주 시설 장애인 인권 침해와 공금횡령 등의 비리가 지역사회에 알려져 시민사회단체 및 노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했다.
이후로도 거주장애인에 대한 상해, 강제추행, 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적으로 불거졌다. 지난 2021년 이뤄진 대구시 특별지도점검에서 재단이 법인 후원금을 부적정하게 지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장애인 학대 혐의와 관련 청암재단과 A이사는 "경찰 조사 중이라 말을 아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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