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다문화 청소년 A(17) 양 성착취·집단폭행 사건(매일신문 20일 보도)으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폭행 사건 당시 경찰이 다친 A양을 병원이 아닌 파출소로 데려가 조사한 뒤 그냥 귀가시킨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A양은 이 때문에 폭행 사건 중요 증거가 될 수 있는 병원 진단서도 갖추지 못한 채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다.
21일 A양 보호기관·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지난달 10일 오후 9시 50분쯤 포항시 남구 송도동 한 공원에서 또래 5명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한 뒤 112에 폭행 사실을 신고했고, 경찰과 119구조대원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들은 겁에 질린 상태로 울고 있는 A양을 발견했으며, 몸의 앞뒤로 발에 밟힌 자국, 귀와 입술 등에 찢긴 자국 등을 확인했다.
경찰, 구조대원 등은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병원비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을 A양에게 물어봤으나, A양은 사실상 보호자가 없는 자신의 처지를 어렵게 말했다.
이후 보호자 문제로 시간이 지체되자 경찰과 구조대원은 A양이 피해사실이 있으니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보호자가 나타나면 병원을 가기로 하고 출동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구조대원이 소속된 포항북부소방서 측은 "일단 보호자가 없다고 하는 상황이고, 피해 사실이 있었다. 경찰 쪽에서 먼저 조사를 받은 뒤 보호자랑 연락을 해 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A양을 경찰에 인계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A양은 파출소에 도착한 뒤 진행된 조사에서 머리 등이 많이 아파 병원에 가고 싶다고 경찰에 얘기했지만 가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양은 "경찰관이 지금 병원에 가도 간단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이고, 늦은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은 응급실뿐인 데다, 가게 되더라도 병원비 청구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가지 못했다"며 "너무 아픈데도 보호자가 없어 병원을 못 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서러웠다"고 말했다.
A양의 보호기관 측은 "경찰이 청소년 범죄를 안일하게 생각해 사건을 함부로 처리하는 것을 여러 번 봐왔다"며 "이번 사건 역시도 A양이 집단 폭행에서 어떤 내외상을 입었을지 모르는데도 보호자·병원비 문제를 신경 쓰기 귀찮아 그냥 처리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출소 조사를 받은 A양은 귀가조치 됐으며, 사건의 중요 증거인 진단서를 뗄 시기를 놓치게 됐다.
이에 대해 파출소 관할 경찰서 측은 "당시 경찰관들이 A양을 병원에 태워주려고 했지만 A양이 치료비 문제로 병원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파출소 조사를 받은 것도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들이 A양은 타박상을 입은 것이라 병원까지는 안 가도 되겠다고 해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상처 입은 청소년이라도 강제로 병원에 데려갈 수도 없는 부분이 있다. A양을 조사했던 경찰관도 평판이 좋은 사람이라 A양의 주장을 모두 믿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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