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방화복 숨 ‘턱턱’…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동행해보니

"화재 사고는 1분1초가 소중합니다. '골든타임' 조금만 놓쳐도 위험해요."

22일 오후 2시. '위잉'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 3대가 대구 동부소방서 앞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동부소방서는 이날 을지연습과 민방위의 날을 맞아 전국 동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30㎏에 육박하는 소방 장비를 착용하면서 시작됐다. 두께 3㎝가 넘는 무거운 방화복 상·하의, 12㎏ 공기호흡기 세트, 방화두건, 헬멧 등. 복장과 장구 착용에만 10분 넘게 소요됐다. 3㎏ 무게의 안전화까지 신고 걸어보니 몸이 휘청휘청댔다. 낮 최고기온이 36℃까지 오른 이날, 방화복까지 착용하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두터운 방화복에 폭염까지 덮치면 소방대원들은 체감온도 70도가 넘는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다


훈련 차량은 동부소방서를 시작으로 대표적인 차량 정체 구간인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 동부로 일대, 벤처밸리네거리, 효신네거리 등을 15분가량 돌았다. 소방차 창가 양쪽에 앉은 소방대원들이 사거리에 진입할 때 경광봉을 흔들자 대부분의 차량이 길을 양보했다.

석진호 소방사는 "낮 시간대라 통행이 원활한데 출퇴근 시간에는 5분 이상 시간이 지체된다"며 "운전 중에 사이렌이 들리면 매뉴얼대로 양보 운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는 신고부터 현장 도착까지 약 7분이 '골든타임'이라 차량 정체로 5분만 지체돼도 인명·재산 피해가 급격히 커진다.

분각을 다투는 긴급한 소방 출동은 좁은 골목길 진입, 불법 주정차 차량 등으로 어려움도 겪기도 한다. 조상훈 소방장은 "불법 주정차나 차주가 멀리 있는 차량이 많을 때는 불가피하게 차량 통행을 시도 한다"며 "이마저도 힘들 때는 15m 소방호스를 연결해 어깨에 메고 직접 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시설 주변이나 교차로 모퉁이 등 통행 곤란 지역 불법 주정차 근절에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이유다.

소방청이 제시한 긴급차량 길 터주기 요령은 ▷교차로 주행 중인 차량은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 ▷일방통행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편도 1차로에선 오른쪽 가장자리 진로 양보 또는 일시정지 ▷편도 2차로 이상에선 2차로로 양보 ▷편도 3차로 이상에서는 1·3차로로 양보 ▷횡단보도에서는 긴급차량이 보이면 보행자는 잠시 멈출 것 등이다.

소방기본법 제56조에 따르면 소방차에 진로를 양보하지 않거나 소방차 앞에 끼어들고 가로막아 출동에 지장을 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