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결함으로 13시간 지연된 필리핀 보홀발 제주항공기(매일신문 8월 21일 자)의 승객들이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연된 일정과는 별개로 항공사의 사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22일 제주항공 등에 따르면 20일 새벽 1시 30분(현지시각) 보홀 팡라오 공항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7C2152편 여객기가 유압계통 부품 결함으로 지연되면서, 13시간이 지난 같은날 오후 2시 30분쯤 운항을 재개했다.
이 사고로 승객들은 기내와 팡라오 공항, 임시 숙소(호텔)를 오가며 불편한 13시간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승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승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승객들은 항공사의 출항 지연 안내에 따라 기내에서 1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덥고 좁은 기내에서 '공황장애'와 '과호흡' 등 고통을 호소했다.
실제 한 승객은 힘겹게 비행기에서 내린 후 정신을 잃고 실신까지 했다. 하지만 이 승객은 항공사 측이 이런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승객은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밀폐된 좁은 기내에서 1시간 넘게 대기를 하다가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 같다. 운항 지연으로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갔지만, 겨우 문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당시 기장은 사과도 없이 현장을 조용히 나갔다고 들었고, 승무원들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며 "결국 가족들이 승무원들에게 항의를 하면서 공항 측과 소통할 수 있도록 '통역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해 겨우 의무실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해당 여객기에서 내린 후에도 승객들의 불편은 이어졌다. 승객들은 이날 새벽 2시 30분쯤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도 공항에서 대기하다가 2시간이 지나 숙소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비행기에 탑승까지 했던 승객들은 입국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 한참을 공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승객 A씨는 "몇 시간이 지나서 숙소를 안내받았지만, 수화물 회수하고 입국심사 등 절차를 밟아야 해 숙소를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숙소로 가는 교통편도 여의찮아 이동에도 시간이 소요된 데다, 숙소에 도착해서도 일부 승객은 방을 배정받지 못해 한참을 호텔 로비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승객 B씨는 "항공사에서 마련한 승합차를 180여 명의 승객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많은 인원이 짐까지 싣고 한정된 정원의 차량을 차례로 이용하다 보니 함께 간 일행들끼리도 새벽 5시가 넘은 시간부터 아침 7시쯤까지 수 시간에 거쳐 제각각 호텔로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또 "숙소에 도착해서는 치워진 방이 없다고 해서 1시간량을 기다리다 체크인을 했다. 때문에 호텔에 늦게 도착한 일행은 몇 시간 쉬지도 못하고 다시 공항으로 가야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관련 제주항공 측은 "당시 항공사 관계자들 모두 숙소와 교통편 섭외 등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승객들이 부족하다고 느끼신 부분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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