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거래 의혹' 경찰 구하려고 지역 구의원까지 나서…징계 절차도 지지부진

북구의회 소속 B구의원, 상인회장과 경찰 화해 주선
A경감 외에 윗선 개입 의혹도 제기돼
경찰 감찰도 지지부진..."두 달 정도 걸릴 듯"
구연주 기자 2024-08-26 16:49:09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 내부. 매일신문


대구 북부경찰서 소속 A경감이 최홍선 팔달신시장 상인회장에게 '수사 거래'를 제안했다는 의혹(매일신문 8월 14일)이 제기된 가운데 지역 구의원과 동료 경찰까지 나서 사건을 무마시키려는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 내부 감찰도 지지부진하자 경찰의 '식구 감싸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북구의회와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북구의회 소속 B구의원은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최 회장과 수차례 통화를 하며 "A경감이 친한 동생이다. 내가 자리를 마련할 테니 서로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거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에 따르면 관련 의혹이 제기된 이후 B구의원 외에도 북부경찰서 감사실 직원 등이 비슷한 취지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매일신문이 입수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A경감은 최 회장에게 "사건을 종결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이 사건 외에 형사사건이 더 들어올 수 있다", "(회장직 사퇴하면) 다른 사건 못 들어오게 막겠다"는 식으로 또 다른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팔달신시장 관계자들은 "최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이 A경감을 이용해 사퇴를 종용한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특히 A경감도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최 회장이 상인회 발전을 위해선 주변 인물들과 유대관계를 잘 맺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 사퇴를 권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A경감의 '수사거래'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경찰의 감찰 역시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문제가 됐던 최 회장 횡령 혐의 사건부터 들여다본 뒤 A경감에게 제기된 의혹도 확인할 예정이고, 순차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두 달 정도 소요될 것"이라며 "조사 중에라도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인사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라도 경찰의 발 빠른 감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징계 절차가 있기 때문에 조치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사안은 수사 내용 자체에 영향을 주려는 수사관의 언행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엔 본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신속히 해결해야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구의회 의원이 수사 중인 사건에 개입하는 등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압박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나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지역 기득권이 모여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고,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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