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문제풀이'가 아동학대?…"망신 줬다"며 교사 신고

'칠판에 문제풀이' '청소 안 한다' 지적 당했다며 신고
경찰, '혐의 없음' 불송치 결정 "정당한 교육활동"
구연주 기자 2024-08-27 12:57:17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지난해 9월 4일 고인을 추모하고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제주 '공교육 멈춤의 날'에 참석한 한 교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칠판에 문제 풀이를 시키거나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했다는 학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북지부에 따르면, 전북 정읍경찰서는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전북 군산시의 한 중학교 교사 A씨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지난 3월 학부모로부터 '모르는 문제를 칠판에 풀게 해 망신을 줬다', '특정 학생에게만 청소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정서적 학대를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 지도 권한 내의 재량행위라 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로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교사 A씨와 학부모 B씨는 지난해 말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학교폭력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학폭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가 임의로 학생을 강제분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B씨는 '교사가 학생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며 A씨 전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26일 성명은 내고 "교사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교사의 말투와 표정,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피해 추정 학생의 심리와 기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학부모들은 관리자나 윗선을 찾아가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소·고발을 협박 수단으로 이용하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이를 실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소·고발을 당한 교사는 최소 몇 달, 몇 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하며,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이미 교사 마음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무너진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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