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되는가 싶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갈등이 재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거부의사 표명에도 한 대표가 의료개혁 유예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대통령실이 불변 원칙을 내세우며 맞서는 모양새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30일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연휴 뒤로 연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대통령실은 28일 언론공지를 통해 30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저녁식사를 추석 연휴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당정이 모여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민생 대책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여당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석 연휴 끝나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부의 우의를 다지기보다는 민생현안을 챙기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정치권에선 의료개혁 작업에 이른바 초를 친 한 대표에 대한 불쾌감 표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 여권의 가장 큰 숙제가 긴밀한 당정관계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명절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을 거부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재점화된 윤-한 갈등으로 이번에는 양측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이 낮은 국정지지율을 기록하면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안(개혁과제)에 대해 한 대표가 사실상 흠집 내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날카로운 반응에도 한 대표는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임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어떤 것이 정답인지 그것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이 민심을 전하고, 민심에 맞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 대표가 의료개혁 작업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의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여기에는 한 대표가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해묵은 개혁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강한 기득권의 저항과 여론의 피로감을 정면 돌파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 시중의 여론을 정부에 전하는 것이 여당의 역할이라는 여당 대표 사이의 간극이 단시간에 매워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 대표가 여론의 파도를 타기 시작했는데 순항할지 뒤집힐지는 선장의 능력에 달렸다"며 "한 대표가 스스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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