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20번째 지속가능항공유 공급국 등재…2027년 국제선 전면 의무화 추진

구연주 기자 2024-09-02 12:19:42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열린 국제항공 탄소 감축 및 신산업 지원을 위한 지속가능 항공유(SAF) 확산전략 정책발표회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기에 국산 지속가능항공유(SAF)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세계 20번째 SAF 급유 국가'로 등재됐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2027년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SAF를 활용한 국제선 정기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인천발 일본 하네다행 노선에 SAF 혼합 연료를 공급하며, 이후 1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SAF 상용 운항 첫 시작은 에쓰오일이 생산한 SAF를 전반 6개월간 사용하고, 후반 6개월간은 SK에너지의 SAF를 적용한다. 두 연료 모두 ICAO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SAF는 바이오매스와 대기 중 포집된 탄소를 기반으로 제조되며,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티웨이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총 6개 항공사가 SAF를 혼합해 주 1회 급유를 계획하고 있다.

국산 SAF가 국적 항공사의 여객기에 혼합 급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대한항공은 수입산 SAF 혼합유를 일부 노선에서 사용해왔으나, 국산 제품이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대한항공은 2017년 수입산 SAF 혼합유를 활용해 미국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여객기를 한 차례 운항한 바 있으며, 현재는 오슬로·스톡홀름-인천 화물 노선과 파리-인천 여객 노선에 수입산 SAF 혼합 항공유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 파리에 취항한 티웨이항공도 프랑스 규제에 따라 첫 귀국편에 SAF를 1.5% 혼합 급유하면서 SAF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앞으로 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의 의무화에 맞춰 국내 출발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SAF 사용이 확대될 경우 연간 약 16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는 국내 승용차 약 5만3천 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SAF의 가격은 현재 일반 항공유의 2~3배 수준으로, 이에 따른 항공 운임 인상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SAF 혼합 의무화가 항공 운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운수권 배분 시 운임 인상 정도를 고려하는 방안을 비롯해 항공사의 공항시설 사용료 인하, SAF 이용 승객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SAF 생산과 공급, 기술 개발 등 전 주기에 걸친 지원책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으로서 글로벌 SAF 시장을 선점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기업의 SAF 생산공장 신설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투자가 확정되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허가 절차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폐식용유 외 다양한 원료를 기반으로 SAF를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바이오자원 공동 조사 및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SAF 품질 기준 마련과 혼합량 검증을 추진하고, 국토부는 SAF 사용을 통한 국적 항공사의 탄소 감축 실적이 CORSIA에 원활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 산업부, 국적 항공사, 국내 정유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SAF 상용 운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SAF 사용 확대에 민관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체결식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9개 국적 항공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5개 정유사가 참여해 SAF 사용 확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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